my LUCY

my LUCY

호머 사피엔스(Homo sapiens),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1974년 11월 24일 미국의 고인류학자 팀에 의해 발견된 루시는 현재까지 우리의 가장 오래된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루시, <학명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는 340~290만 년 전에 초기 인류가 직립보행을 했으며 현재 인간의 DNA족보가 같아 인류학자들은 최초의 조상으로 여기고 있다.

루시는 고고학자들이 발굴당시 들었던 음악 중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에서 따온 이름이다. 학명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더 친숙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 루시(Lucy)를 선호한다.

루시, 하면 또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뤽 배송 감독의 2014년 영화 루시(Lucy)이다. ‘인간의 뇌를 100% 모두 사용할 경우의 가능성을 상상한 영화이다’. 뇌를 100% 사용하게 된 루시는 뇌 과학자를 찾아가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를 이야기하고 과학자 노먼은 ‘생명체의 유일한 목표는 자신이 배운 것을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것’이라 답한다. 이에 루시는 자신이 찾은 의미 있는 정보를 남기고 사라진다.

인간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DNA와 많은 정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근원을 찾아 현재를 이해하고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상상하는 과정은 흥미로운 일이다. 살아있는 생명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유전자 뿐 아니라 경험과 지식과 감정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 또한 멈추지 않는다.

이는 예술가들이 작품 창작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행위와 유사하다. 이번 전시는 나의 루시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작품으로 답하는 형식의 전시이다. 나의 작업에 담겨있는 DNA는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나의 현재 작업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후대에 발견될 내 작업의 DNA는 무엇일까?

Re-Copy

re-copy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예술 작품의 이미지는 어떻게 보여지며 소통되는가? 사진, 인쇄기술의 발달을 통해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화되고 변화되었다. 매체의 다양성은 예술 작품의 다원성과 평가의 다층성 모두를 수용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의미한다.

Re-Copy전은 사진 인쇄물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이미지의 재현을 넘어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copy, recopy의 반복 과정에서 발생되는 틈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주목한다. 복제, 재현의 복잡한 과정에는 능동적인 혹은 수동적인 선택과 요소들의 더하기, 빼기, 그리고 좀 더 복잡한 함수의 과정들이 포함된다. RE-Copy 작가들은 결과물에 집착하기보다 덧셈, 뺄셈 놀이를 하는 즐거움과 같은 제작 과정에서의 유희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반복의 과정들이 만들어낸 비슷하지만 다른 이미지, 다르지만 비슷한 이미지들의 원본은 존재하는가? 원본 이미지는 작가의 머릿속 잔상에 흩어져 있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미지의 원본을 시각 이미지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대상을 느끼며 의식과 무의식이 혼재된 상태에서 왜곡하고 편집하여 각자의 이미지 원본을 저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본의 이미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세계를 거치며 물리적인 과정을 통해 변형되고 창조되며 우리는 그 사이의 작은 틈을 찾아 유희한다.

A Human-Tree

개인전 사람 한 그루 작업노트

나무를 올려다 볼 때면, 마치 사람의 사지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소소한 것들로부터 감동을 받으며 살아가고 때론 그것들이 작업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나 또한 누구나 느끼고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경험과 느낌을 지나치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사람의 몸과 나무의 몸을 하나로 보고 둘의 연관성을 찾아 나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통해서 알아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지리산 뱀사골에 있는 천년송을 본 적이 있다. 온갖 시련을 겪고 절벽 위에 버티고 1000년을 살아남은 나무, 그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은 그 자체가 감동인 것처럼 우리의 몸 또한 각자의 고유한 시간과 경험을 몸 자체로 보여 지는 것이 감동이라 생각한다. 이토록 감동을 주는 것들은 시간을 품고 있다. 나는 그 시간들을 되짚어 가며 선, 선 그리고 또 선을 그어가며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 사진 이미지 조각들을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가며 나만의 시간을 통해 한 그루의 나무로 완성해 간다.

이번 작업은 한 사람의 삶, 그 자체가 묻어있는 몸을 드로잉과 사진으로 조각 내고 그 이미지의 파편들이 다시 모여 나의 관점으로 다시 재조합 되어 표현되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자연의 일부로서 드러내는 것이다.